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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성이의 지식iN

영화 비밀 , 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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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일본영화가 개봉되기 힘들었던 시절,

인터넷으로 영화를 주고받는 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암울한(?) 시절,

 이미 불법복제비디오로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팬을 거느린

한편의 일본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이와이 슌지 감독의 1995년작 <러브 레터>였습니다.

 

 

집앞에 세워져 있는 새빨간 우편함.

곳곳에 사춘기 소녀의 감수성 가득한 소품과 서정적인 영상미를 잔잔하고 수려하게 뽐낸 작품이죠.

그리고 그에 더할 나위없이 잘 어울리게 주로 피아노 소품집을 연상시키는

OST도 한때 유행하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들의 곡을 즐겨듣던 이들에게

적지 않은 감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죽어버린 한 남자를 알고 있는 두 여성이 서로 편지를 통해

세상 누구도 알지 못했던 비밀을 서로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이미 잊혀져 버렸던

오래 전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순정만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재기발랄하게

묘사해 큰 호응을 얻었는데, 아마 이 작품은 일본 국내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크게 성공을 거둔 보기드문 일본영화일겁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빼어난 편집감각도 돋보이고,

단연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하이틴물이 제작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는데,

이렇게 얼짱 여고생이 출연하는 영화도 보기 쉽지 않았기에 아마 감각적인 멜로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돌로부터의 호응도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당근, 얼짱 미소년도 등장해야 여성관객들을 잡을 수 있다는 공식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으로 아뢰오....

 

 

후지이 이츠키 스트레이트 플래쉬!

 

 

일상적인 공간도 약간의 운치와 상상력을 발휘하면 더할 나위없이 로맨틱한 공간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감각적으로 촬영해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에선 좀처럼 보기드문 아름다운 창밖의 설경이나,

눈쌓인 경치들이 수시로 등장하는 것도 볼거리 중의 하나였군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강원도도 눈이 제법 내리는 곳인데,

어째서 우리나라 영화에서 눈쌓인 경치가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작품이 별로 없는지 의아해집니다.

 

 

덤덤하게 떠나는 소년과,

 

 

그것이 마지막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모르고 수줍은 미소로 배웅하는 소녀의 모습.

 

 

마르센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우리나라에는 일곱권짜리로 완역되어 있는 것을 서점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구입할까 말까를 한동안 망설이다 포기했더랬네요.

제목 조차 절묘한 한권의 책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극적 반전의 장치로 활용된 아이디어는

단연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일 겁니다.

 

 

이와이 슌지의 이 <러브 레터>는 한동안 우리나라 멜로영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이른바 복고풍의 편지를 소재로 한 일련의 작품들, 박신양, 최진실 주연의 <편지>,

이정재, 전지현 주연의 <시월애> 등이 작품이나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을 찾아다니는 멜로 이정재, 장진영 주연의 <오버 더 레인보우>같은

작품들은 아마 직간접적으로 이 <러브 레터>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느껴지는 작품들입니다.

 

아마도 <식스 센스>가 스릴러 호러부문의 수많은 영화들에게 극적반전이라는

강박관념을 불어넣은 작품이라면

이 <러브 레터>는 멜로물에 있어서의 극적반전이라는 장치를 억지로 만들어 넣게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결과적으로 어슬픈 작품들도 있고, 제법 잘만들어진 작품들도 나왔지만,

전체적으로는 이후에 만들어진 많은 멜로영화들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하여튼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게 된 일본영화가 이 <러브 레터>였다는 것은,

이후 일본영화에 대한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이 작품보다 더 가슴에 콕 꽂히는 멜로물은 못본 것 같네요.

 

사실 요즘 일드도 유행이지만, 티비는 거의 안보는 편이고,

또 사실 일본영화는 그다지 즐겨보지 않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무래도 감정적 폭발이 잦은 우리나라 영화속의 정서와 달리

일본영화의 정서는 지극히 절제되어 있는 것 같아 좀 갑갑한 느낌도 들구요.

아마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때문일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일본영화와는 그다지 친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다양성의 차원에서는 우리나라 영화계나 관객층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풍부한 것이 또한

일본영화계이기도 하지만....

 

 

아마 누구나 남몰래 사랑의 열병을 앓아본 적이 있을 테고,

그 열병을 앓아본 만큼 자신이 모르는 그 누군가로부터 열병의 대상이 되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때로는 가슴을 아리게, 떄로는 가슴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감각적인 이와이 슌지표 멜로영화의 결정판 <러브 레터>.

 

기회가 된다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한번쯤 관람하기를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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